IT대학운영위원회
2026-06-06 · 조회 23
텅 빈 책상이 民主主義를 모욕했다
텅 빈 책상이 民主主義를 모욕했다
1938년, 숭실은 침묵으로 말하는 법을 알았다. 우상 앞에 머리를 숙이느니 학교의 문을 스스로 닫았고, 그 닫힌 문은 어떤 웅변보다 크게 외쳤다. 우리는 그 외침의 후예다.
그 후예로서, 오늘 우리는 입을 연다.
2026년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일. 서울 송파·강남·광진의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됐고, 일부 투표소는 투표 시간을 밤 10시까지 연장했다. 줄을 선 시민들은 기다려야 했고, 일부는 끝내 투표하지 못했다. 선거를 관리하는 헌법기관이 정작 투표용지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이다.
이것은 하늘이 내린 재난이 아니다. 투표할 시민의 수는 이미 명부에 적혀 있었고, 종이를 넉넉히 마련하는 일은 선거를 관리하는 자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였다. 그 기본을 저버린 자리에서 한 표가 막혔다면, 그것은 사고가 아니라 직무의 유기다. 그러므로 우리는 규탄한다.
유권자의 절반만 종이를 찍어 두고도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여긴 그 오만을 규탄한다. 한 표 한 표를 처음부터 가벼이 보지 않았더라면, 책상이 비는 일은 없었다.
국민이 너무 많이 나왔다는 듯 "투표율이 높을 줄 몰랐다"고 둘러댄 그 뻔뻔함을 규탄한다. 시민의 열망은 변명의 사유가 될 수 없다. 높은 참여를 감당하지 못한 것은 시민의 잘못이 아니라 관리의 실패다.
사과 한 번, 사퇴 한 장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는 듯한 그 안일함을 규탄한다. 무너진 것은 사람의 자리가 아니라 제도의 신뢰이며, 신뢰는 누군가 물러나는 것만으로 저절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일을 보고도 어깨를 으쓱하고 마는 이 시대의 무딘 양심을 규탄한다. 분노해야 할 일에 분노하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가장 천천히 죽이는 것이다.
한 표는 종이 한 장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비롯된다는 오래된 약속이며, 어둠을 밀어낸 이들이 피로 밝혀 둔 작은 불꽃이다. 그 불꽃 하나가 행정의 태만 앞에 꺼진 날, 시든 것은 한 송이 꽃이 아니라 우리가 가꾸어 온 民主主義의 봄이다.
누가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줄을 서서 끝내 발걸음을 돌린 시민인가, 종이 한 장을 셈하지 못한 권세인가.
제19대 IT대학 운영위원회는 2400명의 학우들을 대표하여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라 외친다.
하나, 진상을 규명하고 그 전모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라.
하나, 사퇴를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삼아, 이번 사태를 부른 내부의 관행과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쇄신하라.
2026년 6월 5일
숭실대학교 제19대 IT대학 운영위원회
제19대 IT대학 학생회장 최우형 | 부학생회장 박희진
제30대 컴퓨터학부 학생회장 김세훈 | 부학생회장 이다영 | 부학생회장 정민주
제23대 글로벌미디어학부 학생회장 이승빈 | 부학생회장 박준영 | 부학생회장 조혜진
제28대 전자정보공학부 학생회장 이재훈 | 부학생회장 제성훈 | 부학생회장 홍지수
이 성명서는 숭실대학교 · 본교 아카이브에 수집·검수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