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성명문
2026-06-06 · 조회 83
참정권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참정권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120년 숙명의 지성이 중앙선관위에 고함-
1906년 창학 이래 숙명여자대학교는 국가와 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시대의 과제에 응답해 왔다. 특히 1927년 숙명맹휴사건을 비롯한 선배들의 실천은 민주주의와 정의를 향한 책임의식을 일깨워 주었으며, 오늘날 우리 숙명인들의 가슴 속에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으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26년 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이러한 우리 사회의 민주적 가치를 정면으로 위협하는 심각한 사태였다. 민주주의와 국민 주권을 실현해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용지 인쇄 물량을 전체 유권자의 절반 수준으로 임의 제한한 것은,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 없는 행정 편의주의적 사고의 소산이다. 투표소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주권자의 참정권을 사실상 제한한 이번 사태는 헌법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한 명백한 직무 유기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단순히 일시적인 행정 실수로 치부하지 않는다.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해 독립된 행정기관으로서 존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독립성의 의미를 훼손하여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고, 행정 편의주의에 매몰되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방증이다.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선거관리기관은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의무를 부담한다. 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적 혼란은 단순한 업무상의 착오를 넘어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엄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이에 뜻을 함께하는 우리 숙명여자대학교 학생들은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며, 다음과 같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책임 있는 변화를 촉구한다.
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용지 인쇄 물량 결정에 관한 의사결정 체계와 그 산출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번 사태의 경위를 철저히 규명하라.
하나, 선거 관리 기관으로서의 본분을 다시금 자각하고, 국민의 참정권을 훼손한 것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관련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여 공직 기강을 확립하라.
하나, 이번 사태를 뼈저린 반면교사로 삼아 선거 준비 절차 전반을 재점검하고, 향후 선거 준비 과정에서 국민의 참정권을 최우선으로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개선안을 마련하여, 실추된 민주적 절차의 신뢰를 회복하라.
하나, 국회와 정부를 포함한 정치권은 기본권 침해 앞에서 정파적 이해를 내려놓고 국민 주권 회복을 최우선으로 삼아라.
우리 숙명인들은 민주주의의 꽃이 시들지 않도록, 시대의 불의 앞에 부드럽지만 가장 강인한 힘으로 응답할 것이다. 우리는 감정적인 비난보다는 논리적이고 차분한 목소리로 정의가 바로 서는 과정을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민주주의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진지하고 책임 있는 응답을 기다릴 것이다.
2026년 6월 5일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을 믿으며,
기계공학부 박○민, 법학부 장○윤, 경영학부 송○영, 법학부 조○효 외 숙명여자대학교 재학생 4인
이 성명서는 숙명여자대학교 · 본교 아카이브에 수집·검수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