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철학과학생회 성명서 원문 1

철학과학생회

2026-06-06 · 조회 12

절차 없는 정당성은 존재하는가


절차 없는 정당성은 존재하는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행정 실패와 책임 회피를 규탄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월 4일 입장문을 통해, 일부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공직선거법상 선거의 연기 또는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단순한 행정 착오로 치부될 수 없는 중대한 문제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의 정당성은 단순히 결과에 의해서만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이 정한 공정한 절차가 준수될 때 비로소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해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가 지연되었으며, 개표 상황과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는 가운데 투표가 진행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는 전체 투표 종료 이후 개표를 실시한다는 선거 절차의 원칙과,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선거 절차의 취지에 전적으로 부합하지 않는다. 특히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사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사실상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결과에 대한 판단을 차치하고서도, 국가기관이 절차적 하자를 경시하고 그 영향을 섣불리 단정하는 것 자체에 대오가 있다. 선거의 민주적 정당성은 결과에 대한 적절한 추정 따위가 아니라 법이 정한 절차의 준수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법체계는 여론조사 공표조차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를 미루어보았을 때, 실제 개표 현황과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는 상황에서 일부 유권자가 투표를 진행하게 된 사태를 가볍게 취급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헌법과 법률은 행정의 편의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가기관이 반드시 준수해야 할 한계이자 근거이다. 그럼에도 선거관리위원회가 결과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속단 아래 절차 위반의 문제를 축소하고 있다면, 이는 법에 의한 지배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행정 편의의 논리로 대체하는 위험한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실무상의 실수나 관리 부실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이는 국민의 참정권 보장과 선거 절차의 공정성에 관한 문제이며, 민주주의의 정당성과 직결된 문제이다. 이에 우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이번 사태의 발생 경위와 책임 소재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할 것. 하나. 투표용지 부족 및 개표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적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것. 하나. 문제가 발생한 지역에 대한 재투표 또는 재선거 실시 가능성을 포함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 구제 방안을 검토할 것. 하나. 향후 동일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선거 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할 것. 선거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결과 이전에 절차에 대한 신뢰 위에서 성립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사태의 중대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국민 앞에 책임 있는 자세로 응답해야 한다. 2026. 6. 5. 부산대학교 철학과 학생회 NEOS

이 성명서는 부산대학교 · 장전캠퍼스 아카이브에 수집·검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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