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정책대학운영위원회
2026-06-05 · 조회 49
救國公政인이여, 깨어나라
救國公政인이여, 깨어나라
2026년 6월 3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심장이자 거룩한 권리여야 할 선거 현장이 행정적 무능과 부실로 얼룩졌다.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일터와 가정을 잠시 뒤로하고 투표소를 찾은 국민들이, 국가가 준비하지 않은 투표용지 앞에서 참담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 장의 투표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다. 그것은 불의한 권력에 맞서 이 땅의 정의를 지켜온 선배들이 피와 땀으로 쟁취해 낸 결정체이자, 헌법이 명시한 국민 주권의 준엄한 권리다.
선거를 방기한 국가의 무능을 보라
민주공화국의 최전선이어야 할 선거 당일, 서울 송파구를 비롯한 전국 곳곳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파행이 발생했다. 주권을 박탈당한 유권자들이 투표소 문 앞에서 몇 시간씩 대기하는 황당한 상황 속에서, 방송사의 출구조사와 개표방송은 이미 전국에 송출되고 있었다.
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공공 행정이 지향해야 할 핵심 가치의 전도에 있다. 유권자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는 기관이, 도리어 공급자 중심의 행정 편의주의와 효율성만을 내세우며 공공성의 원칙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민주적 통치의 정당성은 절차의 투명성과 국민의 신뢰에서 비롯됨에도 불구하고, 참정권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단순한 비용 계산과 관리의 영역으로 격하시켰다. 이는 단순한 기능적 오류를 넘어, 국가 기관이 주권자와의 공적인 신뢰를 훼손하고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약화시킨 중대한 책무 방기이다.
학문의 양심, 호상의 기상으로 묻는다
혹자는 선거 결과에 실질적인 영향이 없었고 당선인은 결정되었으니 이 정도의 혼란은 행정적 착오로 덮고 넘어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할지 모른다.
우리는 엄중히 묻는다. 선거의 정당성이란 단지 개표 숫자의 기계적 정확성이나 당선증 교부만으로 완성되는가? 모든 유권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졌는가, 절차가 정의로웠는가, 국가의 잘못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완벽히 보장됐는가가 선거의 본질이다. 이 모든 가치가 붕괴한 선거는 민주적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비용 절감이라는 관료제의 편의가 헌법이 보장한 선거권보다 무겁다고 묵인한다면, 우리는 국가의 이러한 기만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공의 원리와 국가 통치의 이치를 공부하는 자리에 있다. 국가의 권력이 어디서 정당성을 얻는지, 행정이 어떻게 작동해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를 배우는 자리에 있다. 바로 그 대원칙과 공정의 가치가 현실에서 처참히 붕괴하고 있다. 호상의 기상을 품은 고대의 지성들이 이 모순을 눈앞에서 보고도 침묵한다면, 우리가 상아탑 안에서 배우는 모든 지식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주권이 침해당한 참담한 현실 앞에 불의에 항거하지 않는 知性은 이미 죽은 지성이다.
이 성명서는 고려대학교 · 세종캠퍼스 아카이브에 수집·검수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