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글로벌경영전공비상대책위원회 성명서 원문 1

글로벌경영전공비상대책위원회

2026-06-05 · 조회 5

민주주의의 절차를 가벼이 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의 절차를 가벼이 할 수는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3 선거 관리 논란에 대하여 엄중히 해명하라 선거는 민주공화국(民主共和國)의 형식적 장치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국민주권의 원리가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가장 본원적이고도 중대한 절차이다. 한 장의 투표용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이 공동체의 향방에 참여하는 헌정적(憲政的) 표시(標識)이며, 참정권이 추상이 아닌 현실의 권리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표이다. 그러므로 선거의 공정성, 원활성, 접근 가능성은 어떠한 경우에도 경시되어서는 아니 된다. 절차의 미비는 단순한 행정상 착오로 환원(還元)될 수 없으며, 선거 관리의 균열은 곧 민주주의의 신뢰 기반을 잠식(蠶食)하는 중대한 문제로 직결된다. 2026년 6월 3일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관리 부실 논란은, 우리 사회가 너무도 자명(自明)한 것으로 여겨 온 선거 절차의 신뢰를 다시금 묻고 있다. 유권자가 투표소에 도착하고도 충분한 투표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였다는 문제 제기, 현장 대응의 혼선, 선거 관리 체계의 미흡에 관한 비판은 결코 사소한 사안으로 취급될 수 없다. 국민의 권리 행사가 현장의 준비 부족과 대응 실패 앞에서 제약되었다면, 이는 행정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 보장의 문제이며,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떠받치는 절차 질서의 문제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기관이다. 그러나 헌법기관의 독립성은 결코 무오류(無誤謬)의 면허가 아니다. 그 독립성은 스스로의 권위를 지키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더욱 엄정하게 수호하기 위한 책무의 형식이다. 그 권한은 면책의 방패가 아니라, 누구보다 무겁고 분명한 설명 책임과 자기 통제의 의무를 수반한다. 그럼에도 이번 사안에 관하여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고 명료한 해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우리는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는 결과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과정의 정당성 위에서만 비로소 권위를 획득한다. 절차가 공정하여야 하고,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제도를 운영하는 기관은 그 전 과정에 대하여 국민 앞에 책임 있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설령 누군가는 이번 사안을 일시적 혼란이나 제한적 착오로 축소하려 할지라도, 선거의 절차적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 민주주의의 기반 또한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절차적 정당성의 침식은 공동체 전체의 신뢰 질서를 악화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는 오랜 세월, 시대의 중압(重壓) 앞에서 지성의 침묵이 어떠한 결과를 낳는지를 역사 속에서 배워 온 공동체이다. 불의 앞에서 질문하는 일, 공적 가치가 훼손될 때 이를 외면하지 않는 일, 제도의 균열을 목도하였을 때 책임 있게 발언하는 일은 대학이 대학으로 남기 위하여 포기할 수 없는 책무이다. ‘자유(自由) 정의(正義) 진리(眞理)’라는 대학의 가치가 교정(校庭)의 구호로만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학은 시대의 소음을 무비판적으로 증폭하는 공간이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공동체의 근본 질서가 흔들리는 순간마저 침묵으로 일관하는 공간이어서도 아니 된다. 고려대학교 글로벌경영전공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 사안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이 성명서는 고려대학교 · 세종캠퍼스 아카이브에 수집·검수되었습니다.

제보
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