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2026-06-05 · 조회 18
일어나라, 행정수도의 지성과 야성이여
일어나라, 행정수도의 지성과 야성이여
-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선관위의 행정 부실과 참정권 박탈 사태를 규탄한다.
‘교육을 통해 나라를 구하자.’ 1905년 보성전문학교로 문을 연 이래 고려대학교가 한 번도 내려놓은 적 없는 건학이념이다. 우리는 나라가 흔들릴 때마다 가장 먼저 거리에 섰다. 1960년 4월 18일, 학원의 자유를 외치며 평화 시위에 나섰다. 정치 깡패의 테러에 쓰러진 고대생들의 피는 4·19 혁명으로 타오르는 도화선이 되었다. 그날을 기리는 4·18 기념탑에는 조지훈 선생의 비문 “자유(自由)! 너 영원한 활화산(活火山)이여!”가 새겨져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는 한번 얻었다고 영원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식지 않게 끝없이 지켜내야 하는 불꽃임을 우리는 그 앞에서 매일 되새긴다.
주권의 문을 닫아건 국가기관의 직무유기를 규탄한다
그 불꽃이 타오르는 단 하나의 자리가 바로 투표소다. 신분도 재산도 권력도 묻지 않는 그 평등한 관문에서, 국민은 비로소 나라의 진짜 주인이 된다. 그러나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그 관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선거를 책임진 기관의 손에 의해 닫혀 버렸다. 투표용지가 모자라 한 표를 던지지 못한 유권자들. 이 어처구니없는 광경은 사소한 사무 착오가 아니라, 국민이 맡긴 권한을 받아 들고도 본분을 저버린 명백한 직무유기다.
민의의 가능성조차 셈하지 못한 무능
해명은 더욱 옹색하다. 지난 선거의 낮은 참여율을 근거로 필요한 만큼의 용지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많은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겠다 나선 것은 책망받을 일이 아니라 마땅히 환영받아야 할 일이다. 끓어오르는 민의의 가능성조차 셈에 넣지 못한 기관이, 무슨 낯으로 선거를 책임진다 하겠는가. 더욱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체 유권자의 110%에 달하는 투표용지 제작 예산을 확보하고도 정작 현장에는 용지를 제대로 배분하지 못하는 치명적 행정 부실을 드러냈다. 헌법이 보장한 참정권을, 국가기관이 스스로 무력화한 것이다.
행정수도의 지성과 야성으로 작금의 사태를 묻는다
우리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는 대한민국 행정의 심장, 행정수도 세종에 뿌리내린 대학이다. 국가 행정이 가장 가까이서 작동하는 이 땅에서 배우고 자란 우리이기에, 행정이 무너져 내린 자리를 그 누구보다 무겁게, 그리고 분명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성과 야성을 함께 벼려 온 고대의 기개는 안암을 넘어 세종의 교정에도 똑같이 흐르고 있다.
기만당한 청년의 열망, 7천 학우의 이름으로 요구한다
학업과 생업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사회 변화를 향한 열망으로 투표소로 향했던 청년 유권자들은, 선관위의 무능 속에 그 뜻을 철저히 기만당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실수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며, 청년 세대가 어렵게 틔운 정치 참여의 싹을 짓밟은 것과 다름없다. 이에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총학생회는 7천 학우를 대표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무책임한 선거 관리를 강력히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엄중히 요구한다.
이 성명서는 고려대학교 · 세종캠퍼스 아카이브에 수집·검수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