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2026-06-05 · 조회 16
훼손된 민주주의 앞에서, 침묵은 답이 될 수 없다.
훼손된 민주주의 앞에서, 침묵은 답이 될 수 없다.
1960년 3월 8일, 국립한밭대학교의 전신인 대전공업고등학교 선배님들은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현실 앞에 침묵하지 않았다. 국민의 뜻이 온전히 반영되지 못하고, 권력이 시민의 권리 위에 서려 했던 시대에 우리 학교 선배님들은 대전지역 학생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흐름에 힘을 보탰다. 그날의 외침은 충청권 최초의 민주화 운동인 3·8민주의거로 이어졌고,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의 소중한 토대가 되었다.
선배님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특정 정치 세력의 승패가 아니었으며 국민의 뜻이 왜곡되지 않는 나라, 시민의 권리가 행정과 권력 앞에서 가볍게 다루어지지 않는 나라, 그리고 한 사람의 한 표가 온전히 존중받는 민주주의였다.
그러나 2026년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한 사태가 발생했다. 투표권을 가진 국민이 투표소에 도착했음에도 투표용지가 없어 정당한 선거권을 제때 행사하지 못했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로 덮을 수 없다. 국민의 기본적인 참정권을 제한한 명백한 선거관리 실패이며, 민주주의의 절차적 신뢰를 정면으로 훼손한 사안이다. 민주주의는 선언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유권자가 투표소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 안에서 스스로의 의사를 한 표로 행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작동한다. 투표용지는 선거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이다. 그 전제조차 온전히 보장하지 못했다면, 선거관리의 책임을 맡은 기관은 국민 앞에 무겁게 답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선거를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헌법기관이다. 그럼에도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혼란과 지연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선거관리 체계의 준비와 대응이 국민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선거관리기관의 안일한 예측과 미흡한 대응으로 국민의 한 표가 멈춰 섰다면, 이는 어떠한 해명으로도 가볍게 넘어갈 수 없다.
국립한밭대학교 총학생회 운영위원회는 이번 사안을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유불리로 바라보지 않는다.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선거 결과가 아니다. 우리가 묻는 것은 단 하나. 국민이 투표소에 갔을 때, 국가는 그 한 표를 온전히 보장했는가. 국민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전에 국가는 국민이 투표할 수 있는 조건을 완전하게 마련해야 한다. 참정권은 행정의 편의나 수요 예측의 실패로 제한될 수 없는 헌법적 권리이며 선거관리의 실패가 국민의 권리 행사 제한으로 이어졌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책임 있는 사과를 넘어 명확한 원인 규명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규탄한다.
이에 국립한밭대학교 총학생회 운영위원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발생 경위와 대응 과정을 철저히 규명하고 국민 앞에 투명히 공개하라.
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현장 혼선과 유권자 불편을 초래한 것에 대해 책임 있게 설명하고 후속 조치를 즉각 시행하라.
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준비 체계 및 현장 대응 매뉴얼을 전면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
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 누구나 원활하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선거 관리의 책임성과 신뢰성을 강화하라.
국민의 한 표는 행정의 실수로 멈춰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절차는 국가가 가장 엄중하게 지켜야 할 기본이며, 선거관리의 책임은 그 어떤 이유로도 소홀히 다루어질 수 없다. 투표권이 흔들리면 민주주의의 신뢰가 흔들리고, 민주주의의 신뢰가 흔들리면 공동체의 근간이 흔들린다.
1960년 3월 8일, 우리 학교 선배님들이 훼손되는 민주주의 앞에서 침묵하지 않았듯, 오늘의 국립한밭대학교 총학생회 운영위원회 또한 민주주의의 절차와 참정권 보장을 위해 침묵하지 않겠다. 이번 사태가 철저히 규명되고 다시는 어떤 유권자도 투표용지가 없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대책을 마련하도록 끝까지 규탄하며 강력히 촉구한다.
국립한밭대학교 총학생회 운영위원회
이 성명서는 국립한밭대학교 · 본교 아카이브에 수집·검수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