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대책위원회
2026-06-05 · 조회 34
『부산교육대학교 시국선언문』
『부산교육대학교 시국선언문』
“절차가 파산한 민주주의,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민주 시민 교육의 토대를 무너뜨린 선관위의 직무유기를 준엄히 심판하라
오늘 우리 부산교육대학교 제42대 비상대책위원회는, 대한민국의 교육과 민주주의가 마주한 처참한 현실을 직시하며 이 선언문을 발표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2026년 6월 3일,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최소한의 도구인 투표용지가 바닥나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은 파산했다.
우리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대한민국 선거 행정의 총체적 붕괴를 목도했다. 최고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관리로 인해 수도권 12개 이상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조기 소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주권을 행사하려던 시민들은 몇 시간 동안 투표소에 방치되었고, 끝내 수많은 유권자가 표를 박탈당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심지어 잠실 투표소에서는 투표 재개 없이 투표함을 회수하려다 경찰과 시민이 대치하는 파행까지 유발했음에도, 선관위는 온종일 침묵하다 밤 9시가 되어서야 면피성 사과를 내놓는 직무유기를 범했다.
우리 부산교육대학교 제42대 비상대책위원회는 단호히 묻는다. 민주주의의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규칙조차 지키지 못하는 국가 기관을 두고, 우리가 어떻게 교단에 서서 미래 세대에게 법과 정의를 말할 수 있겠는가? 초등학교 학급 선거에서도 아이들의 인원수만큼 투표용지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하는 예비교사이기에, 우리는 이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토대가 무너지는 것을 결코 보고만 있을 수 없다. 교실에서 배운 상식마저 짓밟힌 현실을 목도하고도 우리가 침묵한다면, 이는 미래의 아이들에게 부조리한 세상을 무책임하게 물려주는 방조와 다름없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닌, 무능과 방기로 주권을 유린한 명백한 '헌정 질서 유린'이다. 주권의 평등과 정당한 절차를 가르쳐야 할 우리가 이 거대한 파산을 방관한다면, 훗날 교단에서 외칠 정의는 아이들 앞에 부끄러운 빈 껍데기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의 표가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공정하게 다뤄질 것이라는 '신뢰'가 무너진 선거는 결코 민주주의라 부를 수 없다. 당장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져 이 사태를 방관하고 침묵한다면, 공정과 정의를 수호해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 시민 교육은 영영 죽어버릴 것이다. 절차가 깨진 선거 결과는 그 누구도 정당성을 가질 수 없으며, 이 선거는 다시 말해 명백한 '원천 무효(無效)'다.
투표용지 한 장의 무게를 가르쳐야 할 예비교사가 주권이 길거리에 버려지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교단에 설 자격을 부정하는 일이다. 불의에 눈감은 교사는 아이들에게 결코 바른 길을 안내할 수 없다.
이에 부산교육대학교 제42대 비상대책위원회는 무너진 공정과 절차적 정당성을 바로세우기 위해, 전국의 행동하는 청년·학생들과 연대하여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참정권을 박탈당한 유권자들과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전말을 밝히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즉각 실시하라.
하나, 선거 관리 역량의 파산을 증명하고도 경찰력을 동원해 국민의 주권 행사를 가로막은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지휘부는 즉각 사퇴하라.
하나,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주권자가 존재하는 한 이 선거 결과는 결코 인정받을 수 없다. 선관위는 훼손된 절차적 정당성을 회복하기 위해 즉각 재투표를 실시하라.
상식을 잃어버린 국가 기관과 진영 논리에 갇힌 세상을 향해, 우리는 예비교사로서 준엄한 경고를 보낸다.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지 매일 자문하며 공부하는 현재, 우리의 물음은 지금 이 시대의 현실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드는 국가적 부조리 앞에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훼손된 절차적 정의가 완전히 회복되고 즉각적인 재투표가 쟁취되는 그날까지, 우리는 연대의 손을 잡고 끝까지 행동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2026년 6월 5일
부산교육대학교 제42대 비상대책위원회
이 성명서는 부산교육대학교 · 본교 아카이브에 수집·검수되었습니다.